
《용해된 고요》
연말 개인전 @lafindannee
아이테르 범일가옥
2025.12.20. – 12.31.
1. 고요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된 오늘의 사회에서 감각 경험은 특정 자극에 편중된 채 재구성되고 있다. 정보의 양적 팽창과 소통의 과잉은 시각·청각 중심의 자극을 강화하며, 촉각·온도·표면과 같은 직접적 감각은 점차 지워진다. 이러한 감각적 불균형은 존재 경험의 탈물질화를 가속한다. 사물은 데이터화되고 이미지화되어 더 이상 단일한 물질로 존재하지 않으며, 복제와 전송을 통해 무수한 비물질적 형상으로 흩어진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감각의 기본 조건으로 간주되던 고요와 침묵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의식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만 도달 가능한 상태가 된다.
포스트-디지털 예술 이론은 바로 이러한 변화 위에서 성립한다. 예술은 사라지는 물질성과 결핍된 감각을 보완하거나 가시화하는 매체로 기능하며, 디지털 이후의 매체 환경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최소 단위 잔여, 흔들림, 미세한 진동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은 물질을 단순히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고, 응고와 해체를 반복하는 유동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예술적 표면은 사라지는 것의 최종 상태가 아니라, 사라짐과 재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場으로 확장된다.
연말의 작업은 이론적 배경 속에서 감각 회복의 실천으로 위치한다. 응고되었다가 녹아내리는 표면은 사라진 감각의 귀환 가능성을 실험하며, 관람자에게 고요를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닌 적극적 지각 행위의 결과로 제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물질 시대에도 여전히 감각이 존재의 핵심 조건임을 환기하며, 예술이 감각적 주권을 되찾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 경험 또한 이러한 감각 재편의 일부가 된다. 즉각적 이해가 가능한 이미지 소비와 달리, 작품은 지연된 시선을 요구한다. 관람자는 표면의 미세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가장 작은 진동을 감지하는 태도를 학습한다. 이는 고요를 정적인 상태로 인식하는 대신, 적극적 지각 행위의 결과로 구성하도록 만든다. 감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수행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2. 용해
연말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용해’는 물질의 실제 물리적 변화라기보다, 사회적 감각의 상태를 시각화하는 개념적 은유로 기능한다. 응고는 과잉 정보 환경 속에서 감각이 굳어져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는 감각이 외부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 둔화되고 압축되어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지칭한다. 반대로 용해는 그 응고된 감각이 다시 표면으로 스며 나오는 과정이며, 사회적으로 억압되거나 무시된 감각이 재등장하는 순간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개념적 전환은 작품의 표면이 실제로 녹아내리는 장면을 구현하지 않더라도, 감각의 소멸과 복귀를 지각적 사태로 은유할 수 있게 한다. 즉, 연말의 표면 실험은 디지털 시대의 감각적 무감각을 드러내고, 다시 감각을 작동시키기 위한 인식적 계기를 마련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는 표면의 변화 가능성을 상상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감각할 수 없음’이라는 사회적 증상을 체험적 차원에서 자각하게 된다.
또한 작품은 감각을 둘러싼 사회적 위계 구조를 비판한다. 소음과 과잉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고요·침묵·촉감과 같은 미세한 감각은 비가시적이고 주변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연말은 이러한 감각의 사회적 비가시화 문제를 드러내며, 주목받지 못했던 감각 능력의 회복을 요구한다. 결국 작품의 ‘응고/용해’ 은유는 감각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감각이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압력 속에서 변형되는지를 탐구하게 한다.
3. 감각
표면은 즉각적인 의미를 제시하지 않으며, 관람자는 작품 앞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응고된 감각이 해체되고 다시 구성되는 과정을 ‘느끼는’ 주체로 위치한다. 이는 감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되찾아야 하는 무엇으로 전환시키는 경험이다.
이때 관람자는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된 감각을 다시 호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감각이 개인의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배제·조율되어 왔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고요와 침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각할 수 없게 된 상태였음을 작품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감각의 회복은 개인의 내면적 성찰이 아니라, 사회-감각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된다.
작품 앞의 관람자는 소음을 제거함으로써 고요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진동과 흔들림을 감지하는 능력을 회복함으로써 고요를 ‘발견’한다. 이는 고요가 정지의 상태가 아니라 지각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작품 및 도록 구매 문의
sck02145@naver.com













































-
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아이테르 AITHER
부산 갤러리/전시관
- 문화예술기획업
주소: (48737)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주차: 진시장 공영주차장
서비스 운영시간: 월-토 10:00~18:00
연락처: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팩스: 0504-322-2379
인스타그램: @aither.kr
유튜브: https://www.youtube.com/@AITHERART
[시설 안내]
4층, 전시 공간
5층, 라운지
6층, 창고
#신진 #작가 #art #artist #artwork #daily #미술 #painting #drawing #작품 #예술 #전시 #아트 #exhibition #일러스트 #서울 #전시회 #contemporaryart #현대미술 #그림 #아티스트 #seoul #조각 #oilpainting #예술가 #설치미술 #gallery #드로잉 #작가추천

《용해된 고요》
연말 개인전 @lafindannee
아이테르 범일가옥
2025.12.20. – 12.31.
1. 고요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된 오늘의 사회에서 감각 경험은 특정 자극에 편중된 채 재구성되고 있다. 정보의 양적 팽창과 소통의 과잉은 시각·청각 중심의 자극을 강화하며, 촉각·온도·표면과 같은 직접적 감각은 점차 지워진다. 이러한 감각적 불균형은 존재 경험의 탈물질화를 가속한다. 사물은 데이터화되고 이미지화되어 더 이상 단일한 물질로 존재하지 않으며, 복제와 전송을 통해 무수한 비물질적 형상으로 흩어진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감각의 기본 조건으로 간주되던 고요와 침묵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의식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만 도달 가능한 상태가 된다.
포스트-디지털 예술 이론은 바로 이러한 변화 위에서 성립한다. 예술은 사라지는 물질성과 결핍된 감각을 보완하거나 가시화하는 매체로 기능하며, 디지털 이후의 매체 환경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최소 단위 잔여, 흔들림, 미세한 진동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은 물질을 단순히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고, 응고와 해체를 반복하는 유동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예술적 표면은 사라지는 것의 최종 상태가 아니라, 사라짐과 재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場으로 확장된다.
연말의 작업은 이론적 배경 속에서 감각 회복의 실천으로 위치한다. 응고되었다가 녹아내리는 표면은 사라진 감각의 귀환 가능성을 실험하며, 관람자에게 고요를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닌 적극적 지각 행위의 결과로 제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물질 시대에도 여전히 감각이 존재의 핵심 조건임을 환기하며, 예술이 감각적 주권을 되찾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 경험 또한 이러한 감각 재편의 일부가 된다. 즉각적 이해가 가능한 이미지 소비와 달리, 작품은 지연된 시선을 요구한다. 관람자는 표면의 미세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가장 작은 진동을 감지하는 태도를 학습한다. 이는 고요를 정적인 상태로 인식하는 대신, 적극적 지각 행위의 결과로 구성하도록 만든다. 감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수행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2. 용해
연말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용해’는 물질의 실제 물리적 변화라기보다, 사회적 감각의 상태를 시각화하는 개념적 은유로 기능한다. 응고는 과잉 정보 환경 속에서 감각이 굳어져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는 감각이 외부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 둔화되고 압축되어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지칭한다. 반대로 용해는 그 응고된 감각이 다시 표면으로 스며 나오는 과정이며, 사회적으로 억압되거나 무시된 감각이 재등장하는 순간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개념적 전환은 작품의 표면이 실제로 녹아내리는 장면을 구현하지 않더라도, 감각의 소멸과 복귀를 지각적 사태로 은유할 수 있게 한다. 즉, 연말의 표면 실험은 디지털 시대의 감각적 무감각을 드러내고, 다시 감각을 작동시키기 위한 인식적 계기를 마련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는 표면의 변화 가능성을 상상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감각할 수 없음’이라는 사회적 증상을 체험적 차원에서 자각하게 된다.
또한 작품은 감각을 둘러싼 사회적 위계 구조를 비판한다. 소음과 과잉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고요·침묵·촉감과 같은 미세한 감각은 비가시적이고 주변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연말은 이러한 감각의 사회적 비가시화 문제를 드러내며, 주목받지 못했던 감각 능력의 회복을 요구한다. 결국 작품의 ‘응고/용해’ 은유는 감각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감각이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압력 속에서 변형되는지를 탐구하게 한다.
3. 감각
표면은 즉각적인 의미를 제시하지 않으며, 관람자는 작품 앞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응고된 감각이 해체되고 다시 구성되는 과정을 ‘느끼는’ 주체로 위치한다. 이는 감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되찾아야 하는 무엇으로 전환시키는 경험이다.
이때 관람자는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된 감각을 다시 호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감각이 개인의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배제·조율되어 왔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고요와 침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각할 수 없게 된 상태였음을 작품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감각의 회복은 개인의 내면적 성찰이 아니라, 사회-감각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된다.
작품 앞의 관람자는 소음을 제거함으로써 고요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진동과 흔들림을 감지하는 능력을 회복함으로써 고요를 ‘발견’한다. 이는 고요가 정지의 상태가 아니라 지각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작품 및 도록 구매 문의
sck02145@naver.com
-
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아이테르 AITHER
부산 갤러리/전시관
- 문화예술기획업
주소: (48737)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주차: 진시장 공영주차장
서비스 운영시간: 월-토 10:00~18:00
연락처: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팩스: 0504-322-2379
인스타그램: @aither.kr
유튜브: https://www.youtube.com/@AITHERART
[시설 안내]
4층, 전시 공간
5층, 라운지
6층, 창고
#신진 #작가 #art #artist #artwork #daily #미술 #painting #drawing #작품 #예술 #전시 #아트 #exhibition #일러스트 #서울 #전시회 #contemporaryart #현대미술 #그림 #아티스트 #seoul #조각 #oilpainting #예술가 #설치미술 #gallery #드로잉 #작가추천